서로 다른 의견이나 목적을 가지고 맞닥뜨려 있는 사람들 간에 담판이 벌어졌다 가정하고 결국 어떤 식이든 합의에 다달았다 하자.
오랫동안 하나의 사안을 가지고 충돌해 오던 사람들이 어느날 합의에 이르렀다는 것은 [한쪽의 포기] 혹은 [반대급부]가 아니고서는 설명되기 어려울 것이다.
며칠전 우리나라에는 역사에 기록될 만한 큰 일이 있었다.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 것이다.
회담이후 공동 합의문이나 대국민 보고 등을 통한 내용 면면을 보아도 적지않은 성과가 있었으며,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 내용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아래 두가지 용어가 떠오른다.
1. 협의와 합의
얼핏보기엔 비슷한 의미 같지만 상당히 다른 뜻이다.
소고기를 먹을지 돼지고기를 먹을지 같이 상의하는 것이 [협의]이고,
소고기를 포기하고 돼지고기를 먹기로 상호 의견일치를 본 것이 [합의]이다.
물론, 합의까지 가는 과정에는 필수적으로 협의를 거쳐야 겠지만, 많은 협의를 한것과 많은 합의를 한것은 분명 틀리다.
합의되지 않은 협의는 언제든 없던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미 합의된 사안은 잘 이행되길, 협의된 사항은 부디 좋은 합의에까지 이르길 기대한다.
2. 반대급부
대국민 보고에 의하면 대부분 내용은 [남측이 제안하고, 북측이 호불호(好不好)를 가려 결론 내리는] 형태였다.
북측에서 무언가를 제안했고 남측에서 이를 검토하여 결론내렸다는 내용은 없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참모 1명만을 배석시킨채 몇시간만에 남측이 제시한 크고작은 민감한 사안들을 결론내 버렸다.
그 오랜 시간동안 크고작은 사상의 차이와 반목으로 이골이 나있는 양측이, 한번 만나 몇시간 얘기 나누고 그 많은 것에 결재도장을 찍었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사전에 실무진간의 많은 논의와 교류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북측에서 남측에 요구하고 제시한 것은 없을까...
여기서 바로 [반대급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부정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북측에 대한 반대급부]가 전혀 없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있긴 있었으되 시간상, 혹은 편의상 이를 언급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대통령께서 환하게 웃으며 언급한 회담의 결과는 우리나라와 국민들이 기대와 즐거움으로 기다려도 좋을 것이지만, 혹시 반대급부가 있었다면 이는 국민 개개인이 분담해야 되는 고통일 가능성이 크다.
북에 제시한 반대급부가 무엇이고, 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국민이 얼만큼의 세금을 더 내야 하는지...
있는 것은 미리 얘기하고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다.
살짝 모른체하고 넘어가기에는 국민들의 수준이 이미 성숙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