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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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큰일을 낼걸만 같던 그 컴의 스펙은 대충 이러했다. (사실 잘 기억도 안난다)
386-SX
1Mb RAM
40Mb HDD
5.25 FDD
Color 모니터(몇인치였드라? 12인치? 14인치? 기억안남... 쩝)
버블젯 프린터
광마우스...

친구의 형님이 하는 조립컴 가게에서 샀는데 그 형님왈
[동생 친구니깐 원가에 줄께...]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친구형님 돈좀 벌어줬던 듯 하다.
하기야, 장사하는 사람이
동생친구라서 원가에 주고, 옆집 아줌마라서 밑지고 팔고, 여차저차 아는사람한테 남는거없이 장사하면...
그렇지, 개털되는 거겠지.

아무튼 그 형님이 기숙사까지 배달와서 친절하게 설치까지 해주고 간 후
기숙사 내방은 매일같이 호기심 많은 방문객이 줄을 이었다.
컴 본체의 사양은 둘째치고
컴퓨터 케이스는 혁신적인 세.우.는.거. (당시에는 죄다 책상위에 눕혀놓고 쓰는 모양이었다)
더구나, 눈부신 칼라모니터와, 소리없이 강한 버블젯 프린터가 인기절정이었던 것이다.
물론 나는 열심히 외쳤댔다.
[만지지 말고, 보기만 하세요~!]
이거 COMDEX Show의 효시가 아닐까?

당시 모니터계를 평정했던 허큘레스 카드...
깜장 바탕 모니터에 가득채워져 꿈뻑꿈벅 거리며 기어댕기던 도스명령어
dir/o/w/p
cd hwp15
copy report.hwp a:\report
아아~ 그리운 녀석들...

또한 반드시 알아야 했던 이질감의 용어들
부팅, 프롬프트, 디렉토리...

거기다, 누군가가 레포트 몇장 출력하면 기숙사내 모든 사람들이 잠을 설쳐야 할만큼
찌이익 찌직~~~ 가공할 싸운드의 도트프린터...

이런 환경에서 들어온 나의 컴퓨터set은 그야말로 쇼킹한 뉴스거리였던 것이다.

사양은 그렇다치고 이제 컴퓨터를 배워야 하는데...

2006/11/16 09:26 2006/11/1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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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학년생, 거기다 2학기가 되면 대부분 많아야 10학점 정도의 수강신청을 한다.
게다가 특정요일로 강의시간을 몰아 학교나오는 시간을 줄이고
나머지는 학교외의 일들을 준비하거나 하게 마련이다. 취업준비 등...

허나, 나는 무려 17학점이라는 1,2학년생 같은 수강신청을 해놓고
거기다가 기숙사 입주까지 해놓은 것이다.
내 팔자에 무신 공부에 귀신이 붙었다고 이리 끝물까지 학점을 붙들고 늘어진단 말이지. 원.

그 이면에는 사연이 있다.
1,2,3학년을 지내는동안
시종일관, 초지일관, 음주가무, 엽기행각, 퇴폐향락, 우왕좌왕, 좌충우돌, 횡설수설...
(으아~ 4자성어로 일관한 그의 삶을 보라. 현학적 아닌가?)
하여간 학창생활을 오로지 이런 생활로 점철해놓다보니
남겨진 것은 권총 10자루뿐인 것이다.
10학점 F를 기록하고도 졸업을 할래믄 4학년 2학기라도 만땅으로 강의들어야 하는건 당연한거 아닌가?

4학년 2학기... 그것도 기숙사 생활...
이거 그나마 알짜짜하게 지낼래믄 뭔가 궁리를 해야만 했다.
그러던 차에 나하고 같은 팔자에다가 룸매이트가 된 자칭 컴퓨터 박사라는 친구넘이 살살 꼬신다.
[야아~ 컴퓨터를 배워보지 구라냐..]

컴퓨터...
난 이 괴물이 무슨 최첨단공학을 연구하는 그런 인간들이 가끔씩 조심해서 만지는 그런 것인줄 알았다.

어쨌든,
단식투쟁을 일삼아가며 부모님을 설득한 끝에
당시 대학 등록금에 맞먹는 거금을 들여 컴퓨터를 한대 장만할 수 있었다.

그이름도 찬란한 386-SX...

2006/11/15 10:21 2006/11/1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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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쓸데없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출근길, 여느때와 다름없이 같은 시간에 뻐스정류장으로 나섰는데
오늘따라 뻐스가 이미 떠나고 있었다.
바로 눈 앞에서 그 큰 궁둥이를 흔들흔들, 매연을 뿡뿡 끼어대며,
그것도 두대씩이나 나란히... 지가 무슨 기차냐?
체념하고 기다리면 이 망할 뻐스는 한참을 지나도 오지 않는다.
시간은 부족하고 급한 마음에 택시를 잡아타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뻐스가 택시 꽁무니에서 딱 붙어서는 비키라고 빵빵대며 쫓아온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매일 같은시간에 화장실의 매일 같은칸에서 근심(일명 끙심이라고도 함)을 푼다.
허나 어떤날이면 그 칸에 사람이 있을 때가 있다.
그 옆칸에 들어가 앉아있노라면 왠지 편하지가 않다.
결국 나중에 다시 그 칸으로 들어가 완벽하게 근심을 푸는때도 있다.

있어야 할 것이 제때 제자리에 있는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 했다.
주위에 있는 모든것이 언제나 제때 제자리에 있는것이 당연하다고 하는 것은
어쩌면 우스꽝스러운 생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끔은 조금늦게 뛰어나갔는데 때맞춰 뻐스가 와줄 때도 있고
화장실이 한참 만땅되어있어야할 시간임에도 똥줄타는 나를 위해 바로 그 한칸이 딱 비어있는 때도 있다.

일그러진 필연이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가 있다면
생각지도 않은 우연이 행복을 주는 경우도 반드시 있다.

그래서 사는 맛이 있는가보다.

2006/11/14 11:37 2006/11/14 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