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시인 가도(賈島)는 시를 지을때 매우 몰입하여 글귀를 다듬는 버릇이 있었다. 어느날 나귀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새는 연못가 나무에 잠들었는데(鳥宿池邊樹), 달밤에 중은 대문을 두드리네(僧敲月下門).]라는 시문이 떠올랐다. 고요함과 정적을 깨는 인기척이 대비를 이루어 지인을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명구절이었다.
그러나 가도는 문을 두드린다의 고(敲)자 대신 문을 밀다의 퇴(推)자를 쓰면 어떨까 골똘히 생각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큰 길거리에 들어섰다. 이때 마침 수도에서 행정장관직을 지내고 있던 유명한 문학가 한유(韓愈)가 행차대열을 이끌고 이곳을 지나고 있었다.
싯귀만 생각하면서 다른 곳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가도는 무의식중에 마주오던 한유의 행차대열을 막아서게 되었다.
그러자 한유의 수행원들이 다짜고짜 가도를 나귀에서 끌어내려 한유가 타고 있던 가마 앞으로 끌고 갔다. 그제서야 제정신이 든 가도는 좋은 시구 두마디가 떠올라 몇번 읊어봤는데 대체 퇴(推)자를 써야 할지 아니면 고(敲)자를 써야할지 몰라 고민하다가 본의 아니게 불찰을 저지르게 되었다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한유는 잠시 숙고하더니 가도에게 밀퇴(推)자 보다는 두드릴 고(敲)자가 낫겠다고 조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는 미담으로 세상에 널리 전해졌고 (推敲)는 점차 시문의 글귀를 다듬는 대명사로 정착하게 되었다. 그 뒤 사람들은 반복해서 한가지를 음미하고 다듬는 일마저 모두 (推敲)로 표현하게 되었다.
우리말에서도 [퇴고하다]는 시문을 지을 때 자구(字句)를 여러번 생각하여 고치다... 하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